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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밥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구속수감 생활 어려움 호소 … “진료 받으라” 재판부 권유 거절
“도곡동 땅 내 소유 아니다, 어디 살 데가 없어서 샀겠냐”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재판에 나와 수감생활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진료를 받으라는 재판부의 권유는 거절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2회 공판기일을 가졌다. 지난달 28일 2회 공판기일이 예정됐지만 이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한 차례 연기됐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선별 출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기일에 출석하도록 명령했다.

이 전 대통령은 거동이 불편한 듯 방청석 난간을 짚으며 걸어 들어왔다. 개정 후 50분이 지났을 무렵 재판부가 휴정을 원하는지 묻자 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내 건강을 지인들에게도 숨기고 평생 살아왔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교도소(구치소)에 와서는 숨길 수 없게 됐다”며 “교도소에서는 진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하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앞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당 수치 등 전반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진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아마 진찰을 받으러 나가면 세상은 특별대우를 했다, 이런 여론이 생길 겁니다”라고 답했다. “(구치소) 와서 잠을 두 달 안 자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라며 구속 수감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심리 중에는 도곡동 땅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됐다”며 “이 땅은 현대그룹이 소유한 체육관 바로 옆에 있었다”며 “현대에서 신임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어디 살 데가 없어서 현대가 갖고 있는 땅 옆에 붙어있는 곳을 샀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직 중에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4시쯤 “도저히 있기 힘들 것 같다”며 심리를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예정보다 2시간 일찍 재판이 종료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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