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영철(사진)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4일 베이징을 거쳐 귀국했다. 베이징에서 1박을 했지만 긴 시간 머무르지 않고 정기 항공편으로 돌아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서둘러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정오쯤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일행과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했다. 김 부위원장은 북·미 회담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3박4일간 방미 일정을 마친 김 부위원장 일행은 지난 3일 오후 8시쯤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후 다시 평양행 항공기에 탑승하기까지 16시간 정도를 베이징에서 머물렀다. 그는 전날 서우두공항에서 귀빈실이 아닌 일반인 통로로 빠져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 뒤 일반 승객이나 승무원들까지 모두 빠져나간 지 한참 후에 모습을 드러내 공항 내에서 중국 측과 접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또 공항을 나가 모처에서 중국 측에 방미 결과를 설명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은 “일반인 통로로 나오는 김 부위원장을 중국 측이 따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제 늦게 도착해서 특별히 외부에 대한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미 전후로 북·중이 만나는 것이 공개되면 서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에 양측이 만나 방미 경과와 향후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9일 방미를 위한 경유지로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24시간 이상 머무르면서 중국 측과 접촉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그가 비교적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것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빨리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 베이징에서는 도청 우려로 자세히 보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김 위원장에게 대면 보고를 하기 위해 지체 없이 귀국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