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사(hexa·6번째)를 향해!”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지난달 말 한 월드컵 트로피 전시회장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네이마르는 유리벽에 손을 갖다 댄 채로 애타게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이마르는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것을 알지만, 널 손에 넣기 위해 불가능한 일이라도 할 거야”라는 다짐을 사진 아래에 달았다.
그는 4년 전 고국에서의 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끌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준결승에서 독일에 1대 7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백태클로 부상을 입은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 나서지도 못하고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불리게 된 이 경기 이후 독일은 우승했다.
이후에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따지는 자리에서 네이마르의 이름이 선뜻 불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보다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먼저 떠올리곤 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핵심 공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다는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에게 밀려 11번을 달았다. 지난해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10번을 되찾았다.
브라질의 6번째 우승을 위해 그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부상이기도 하다. 부상으로 지난번 월드컵을 망쳤던 그는 지난 2월 리그앙 경기 도중 오른발이 골절되며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재활에 힘쓴 네이마르는 지난 4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복귀했고 교체 투입 24분 만에 골을 기록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 2명을 드리블로 제친 뒤 오른발로 강하게 찬 슈팅이었다. 네이마르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화려한 드리블, 골 결정력이 확인되는 장면이었다.
네이마르는 “볼이 네트에 닿았을 때 재활을 도와준 의사와 가족, 친구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표팀을 이끄는 티테 감독은 네이마르를 두고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팅업체들이 월드컵에서 골든부츠(득점왕)를 수상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평가하는 선수는 메시이고, 2위가 네이마르다. 최근 10년은 메시와 호날두가 축구계를 양분했지만, 이후 세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네이마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브라질 대표팀의 면면은 화려하다. 전천후 수비수인 다비드 루이스(첼시)가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정도다. 네이마르와 함께 필리페 쿠티뉴(바르셀로나),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 시티)가 골 사냥에 나선다. 쿠티뉴는 바르셀로나 이적 뒤 시즌을 절반만 치르고서도 8골 5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감각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제주스는 측면의 네이마르에게 더욱 많은 득점 찬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세미루(레알 마드리드), 페르난지뉴(맨체스터 시티)가 지키는 중원도 압도적이다. 수비진은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티아고 실바(파리 생제르맹), 다닐루(맨체스터 시티) 등이 구성하는 가운데 ‘거미손’ 알리송 베커(AS 로마)가 골키퍼 장갑을 낀다. 네이마르는 “우리는 남미에서 맨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했다”며 “언제나 브라질이 우승할 것이라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