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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靑과 거래 시도’ 정황 곳곳에… 턱밑에 온 검 수사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최현규 기자


법원행정처가 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의혹이 담긴 문건 98건을 전격 공개했다. 일선 판사들의 공개 요구가 빗발친 데 따른 조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적나라한 ‘사법농단’ 내용이 많아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처는 특조단의 조사 대상 410개 파일 중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90개와 언론 등이 공개를 촉구한 주요 문서 5개, 올 초 추가조사위에서 조사했다는 이유로 미공개 분류됐던 문서 3개를 공개했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처에서 은밀히 생산·보고된 이들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목적으로 줄기차게 청와대에 ‘코드’를 맞추려 한 민낯이 고스란히 담겼다. 2015년 3월 작성된 문건에서 행정처는 “상고법원 실패는 대법원장 리더십 상실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수뇌부의 정책 실현을 위해 사법부의 고유권한인 재판을 청와대 구애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사법부의 가장 중차대한 과제’로 인식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사흘 앞둔 2015년 8월 3일 행정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사법한류 추진’이란 문건도 만들었다. 당시 행정처는 “사법한류 추진은 (박근혜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노동분쟁 해결 프로세스 혁신’ 보고서에선 “노동시장 모순으로 노사 갈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노동심판위원회’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던 노동개혁 방안까지 사법부가 연구한 것이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 탄생을 막기 위해 대법관 증원보다는 상고법원 도입이 타당하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행정처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 세력이 배후에서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 지지한다”며 “상고법원이 좌절되면 진보 인사들이 최고법원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행정처는 “CJ(대법원장·Chief Justice)와 VIP(대통령) 면담으로 상고법원 추진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도래했다”고 자평했다. “박 전 대통령이 (상고법원에) 공감을 표명했다”며 “법무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반대가 지속되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그해 11월 ‘BH와의 효과적인 협상 추진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상고법원이 BH의 비협조로 좌절될 경우 사법부도 더 이상 유대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행정처는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로 ‘밀양 송전탑 사건’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건’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 사건’ 등도 적시했다. 대법원에 올라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재판중인 야당의원이 34명 있어) 결국 야당 의원들은 대법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정치적 분석도 했다.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이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법부 구성원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형사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특별한 의결은 없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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