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은(51) 삼성넥스트 사장이 삼성전자의 첫 최고혁신책임자(CIO·Chief Innovation Officer)에 임명됐다. 삼성전자에서 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CIO 직책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도로 구체화되고 있는 신성장동력 발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5일 삼성넥스트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은 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CIO로 임명됐다. 기존 삼성넥스트 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삼성전자 최고책임자급으로 승격된 셈이다.
은 사장은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CIO로서 제가 점차 집중할 것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5년 이후를 위한 비전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우리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학교, 단체, 다른 기업들과의 관계 및 상호작용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넥스트는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육성을 위해 만든 펀드의 지주회사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의 기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년 설립 이후 미국 이스라엘 등을 중심으로 6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페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루프페이도 GIC가 발굴해 인수했다.
삼성넥스트를 이끌고 있는 은 사장은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구글 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 타임워너 미디어통신그룹 최고담당자 등을 거쳐 2012년 삼성에 합류했다. 4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최연소 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이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CIO 직책 신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석방 뒤 유럽 등을 둘러본 후 미국을 비롯한 5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AI 전문가(세바스찬 승, 대니얼 리)를 영입했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3개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책임자(CEO) 외에 ‘최고(Chief)’라는 명칭이 붙는 C레벨 고위 임원은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 노희찬 경영기획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밖에 없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비중을 가늠케 한다. 이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각 사업부문의 혁신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조정하기 위해 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