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12일 아침부터 마라톤협상, 상황 따라 13일에도… 미리 보는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이 현지시간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2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고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정상회담이 오전 9시에 일찍 막을 올린다는 것은 두 정상 간 마라톤협상을 예고하는 것이다. 회담시간은 미국 동부시간 11일 오후 9시로 TV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에 맞춘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백악관은 12일 회담 시작 시간만 발표했으나 첫날 상황에 따라 회담은 13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또 12일 회담에 대해 ‘첫 회담(first meet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추후 평양이나 워싱턴 등 싱가포르 이외의 장소에서 후속회담이 이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12일 회담은 오전과 오후 회담으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두 정상끼리만 대화하는 단독회담에 이어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회담 중간에 업무오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만난 지 3시간 만에 마주앉아 식사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견해도 있어 남북 정상회담 때처럼 각자 식사를 할 수도 있다.

회담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다면 친교 행사로 호텔 내 목조건물 ‘오키드 그린하우스’로 이어지는 유명한 오솔길 산책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통역만 대동하거나 영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단 둘이 산책할 수도 있다.

회담이 끝나면 공동성명과 같은 합의문 발표에 이어 만찬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의전과 식순 등을 사전에 합의했어도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즉흥적인 성격이어서 곳곳에서 파격이 연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미 간 실무협상도 마무리 수순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한 싱가포르 선발대 협상은 마무리되고 있고,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판문점 협상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의미 있는 진전’이 ‘일괄적인(all-in-one) 비핵화로 합의했다는 것인지, 단계적인(phase-in) 비핵화로 절충했다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진행 중인 대화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협상은 긍정적이었다”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싱가포르에서 북한과의 만남이 뭔가 대단한 일(something big)의 시작이기를 바란다”며 “우린 조만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하는 남·북·미 3자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3자 회담이 열리면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담은 공동성명 정도가 나오고, 세부 사항은 추후 이어질 후속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싱가포르 회담을 시작으로 과정(process)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패트릭 코로닉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서는 광범위한 합의가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그 뒤를 잇는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고, 또 동북아 평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 못지않게 만남 자체에도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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