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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앵글속세상] 65년간 막힌 길…철마는 다시, 달리고 싶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선 철도. 비무장지대(DMZ)와 휴전선을 지나 금강산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남북은 4·27 정상회담에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동해선이 복원되면 부산에서 북한 나진을 거쳐 유럽까지 기차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평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을 싣고 세계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의 철도 중단점. 한국전쟁 이전에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던 기차는 이젠 이곳에서 회차한다.(위쪽 사진) 경의선 최북단 역이자 북으로 가는 출발역이 될 도라산역. 서울역에서 출발한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 역에 정차하고 있다.(아래 사진)
 
동해선 최북단역인 강원도 고성 제진역의 철도 중단점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위쪽 사진) 경원선 통근열차가 경원선 중단점인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통근열차를 운행하는 조규범씨는 “경원선이 북으로 연결돼 승객을 태우고 철도 중단점을 지나 원산까지 달려보고 싶다”고 말했다.(아래 사진)
 
한국전쟁 중에도 압록강까지 질주했던 경의선 철마가 세워져 있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거리표지석에 철도중단 시점이 표시돼 있다.
 
경기도 연천 신탄리역에는 경원선 남쪽 중단점을 알리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푯말이 있다. 통근열차가 통일을 염원하며 힘차게 돌고 있는 바람개비 옆을 지나 2012년 연장 개통된 백마고지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바람이 달리고 번개가 치는 듯하니 보던 것이 금방 지나가 거의 꿈속을 헤매는 것 같다."(민영환의 세계일주기 '해천추범' 중)

조선의 근대화라는 관제를 안고 있던 젊은 관료 민영환은 '신문물' 기차를 처음 탄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시대 기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며 가장 빠르게 세계와 연결되는 고리였다.

서울∼신의주 간 경의선 운행은 1906년 시작됐다. 1911년 압록강철교가 완공되면서 경의선은 만주를 걸쳐 시베리아까지 뻗어가게 됐다. 비로소 세계와 한국이 연결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 많은 동포들이 피 흘려가며 놓은 철로였다. 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연결고리가 한국전쟁중인 1953년에 끊기고 말았다.

이런 기차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화와 번영'으로 압축되는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가 이행된다면 동해선과 경의선을 통해 사람과 물류가 유럽까지 기차로 갈 수 있게 된다. 반도지만 섬처럼 고립되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동해선이 복원되면 부산에서 북한을 걸쳐 러시아까지 연결된다. 이는 물류 운송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다. 현재 배로는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30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그 절반인 14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송거리도 1만2000㎞가량 줄어든다.

경의선도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평안남도 남포 기준으로 컨테이너 1개를 운송하는 비용이 바닷길로는 800달러가 들지만 철도로는 200달러면 충분하다. 운송비 75%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남북 철로 복원 효과는 수송시간 단축과 운송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자원 수송로를 확보해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또한 물류사업을 연계한 다양한 남북 간 협력사업 발굴이 가능하다. 끊어진 동맥이 다시 연결돼 피가 돌듯 남북 철도 연결은 남북 공동 번영의 숨을 불어넣을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원선 연천 신탄리역 철도 중단점에 세워진 이 팻말이 '철마는 달리고 있다'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글=김지훈 윤성호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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