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48)는 한국 축구와 골키퍼를 논할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4년간 현역생활을 한 그는 K리그 통산 최다인 706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1998 프랑스월드컵의 한국 주전 수문장으로 뛴 것은 물론 4강 기적을 쓴 2002 한·일월드컵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꽁지머리’와 함께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이유다.
김병지는 은퇴 후 다방면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회장님’으로 통한다. 2002 월드컵 대표팀의 주역들이 모인 ‘팀 2002’의 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풋볼팬타지움에서 2002년생 ‘월드컵둥이’들과의 친선 풋살 경기에 나섰다. 팀 2002가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 선전을 기원하고, 국민적 관심을 이끌고자 마련한 행사였다.
김병지는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행사에 대해 “월드컵 전에 축구 발전을 위해 뭔가 해보자는 취지였다. 2002년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축구 후배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밝혔다. 6·13 지방선거,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정치 이슈로 인해 월드컵 열기가 예전만큼 높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게 2002 월드컵 선배들의 속내였다.
현역 시절 나선 월드컵 무대는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늘 힘들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병지는 “언제나 한국은 월드컵 출전 자체가 도전이었고, 1승이 목표였다. 이후 16강이라는 밑그림을 그리며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실낱 희망과 긴장, 설렘 속에서 한국은 간간히 기적을 연출했다. 운이 따라줬지만 선수들이 간절함을 바탕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얻은 수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인 신태용호는 7일 볼리비아, 11일 세네갈과 평가전을 치른 뒤 12일 러시아에 입성한다. 김병지는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신태용호의 최대 과제로 최적의 선수 조합을 찾는 것과 더불어 세트피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노출 우려가 있지만 두 차례 원정 평가전에서 한국이 85% 이상의 전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다양한 세트피스 전략, 무엇보다도 세트피스 집중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등 후배 골키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병지는 “골키퍼는 위기 관리능력이 필요한 포지션”이라며 “‘내 뒤에 공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승리의 방정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혹여 실점을 하더라도 냉정함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골키퍼가 무너지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골은 골키퍼 혼자가 아닌 11명이 함께 막는 것이다. 필드 플레이어의 협업이 없으면 골문을 지킬 수 없다”며 팀 조직력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병지는 월드컵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대표팀에서 뛸 때 팬들께 가장 고마웠던 것은 이기거나 졌을 때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하나로 뭉쳤던 것입니다. 신태용호의 태극전사들을 내 형제 또는 동생, 아들이라는 생각으로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나로 뭉치면 선수들도 성원에 보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