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미인대회 ‘미스 아메리카’에서 수영복 및 이브닝드레스 심사가 사라진다. 97년 만의 변화다. 성추행·성폭행 고발 캠페인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시대를 맞아 단행된 조치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 애틀랜틱은 “미스 아메리카 2.0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그레첸 칼슨(51)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은 5일 ABC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앞으로 미스 아메리카를 외모를 평가하는 미인대회(pageant)가 아닌 재능 경쟁대회(competition)로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이에 따라 ‘모든 사이즈’의 여성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옷은 각자가 원하는 어떤 종류라도 입을 수 있다. 외모를 평가하는 코너가 사라지는 대신 심사위원들과 출전자 간 실시간 대화 코너가 중요해졌다. 출전자는 자신의 재능이나 열정, 포부 등을 어필하게 된다.
CNN방송은 최근 조직위 주요 인사들이 전부 여성으로 바뀌면서 이런 변화가 예상됐다고 전했다. 칼슨도 올 초 미스 아메리카 우승자 가운데 처음으로 조직위원장에 기용됐다. 이는 그동안 조직위 간부들과 직원들이 출전자에게 몸무게나 성생활 관련 내용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비위가 드러난 데 따른 교체였다.
미투 영향 이외에도 그동안 미인대회가 여성의 몸을 지나치게 상품화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스 아메리카를 폐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조직위의 이번 변신은 일면 ‘살아남기’ 전략인 측면도 있다. 올해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9월 9일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열린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월드 트렌드] 미투 바람에… ‘미스 아메리카’ 수영복 심사 OUT
입력 : 2018-06-06 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