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온전하고 지극하게 보한다는 의미를 가진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에는 기(氣)와 혈(血)을 보하는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인삼, 백풀, 백복령, 감초,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 황기, 육계 등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십전대보탕이 ‘허약하고 피로해서 기와 혈이 모두 약해진 것을 치료하고 음과 양을 조화롭게 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실제로 피로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시행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십전대보탕을 병후 체력저하, 피로권태, 식욕감퇴, 손발 차가움, 빈혈 증상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암환자의 면역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십전대보탕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됐다. 윤성우(사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암센터(한방내과) 교수는 “일본, 미국 등 해외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 등에 십전대보탕과 항암제를 함께 투여했더니 부작용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췌장암 환자의 경우 면역세포 수치가 증가했다”며 “항암제인 TS-1을 함께 투여했을 때 골수억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효과도 있었다.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질을 증진시켰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강동경희대병원이 암환자 피로 개선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암환자의 경우 피로감을 많이 호소한다. 따라서 암 진단을 받은 이후 또는 암의 치료과정 중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며 “그러나 ‘피로’를 느낀다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암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들도 피곤하다고 해서 십전대보탕을 복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교수는 십전대보탕을 피로회복제 또는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의학에서 십전대보탕은 기와 혈이 모두 떨어진 사람에게 처방이 돼야 하는 ‘한약’이고 기나 혈 중 하나만 허하거나 피로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땐 십전대보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원인이 병에 의한 것이라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고, 체질적으로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복용 여부를 자의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성우 교수는 “우리가 피곤함을 느껴 약국에서 자양강장제를 사 먹는다고 하자. 피로의 원인이 간염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라고 할 때 자양강장제로 피로가 개선될 수 있을까”라며 “간염 치료제, 불면증 치료제 등 원인에 맞는 치료제가 사용돼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피로감을 느끼는 암환자 임상연구에서도 통증환자나 빈혈환자, 갑상선 기능 장애환자, 우울증 환자, 중증 근무력증 환자 등은 제외된다. 이러한 원인들이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고, 이같은 피로감은 원인을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한약이라서 큰 부작용은 없지만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급성 염증이 있는 사람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맞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