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회담 장소는 카펠라 호텔로 확정됐다.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 안에 있는 리조트형 호텔이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싱가포르에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정상회담 준비 협상을 벌이는 동안 머문 곳이어서 일찌감치 정상회담장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호텔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회담 장소는 카펠라 호텔”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회담 시간(현지시간 오전 9시)과 장소를 굳이 나눠 이틀에 걸쳐 발표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묶어두기 위한 리얼리티 TV쇼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호텔을 포함한 센토사섬 전역과 주변 해상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하고 오는 10∼14일 외부인들의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인기 관광 지역인 센토사섬을 닷새간 통째로 봉쇄한다는 건 북·미 정상회담이 연장되거나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 문제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많은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싱가포르로 가기 전까지 많은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며 “요 며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정한 특별행사 기간의 마지막 날(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어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이 어떤 생일선물을 건넬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싱가포르 회담에서 도출되는 합의 결과를 미 의회에서 비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합의를 정식 협정으로 인정받기 위해 의회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리시 의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이와 같은 계획을 각각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리시 의원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이 도출되기보다는 북·미 각각의 목표와 선의의 노력에 대해 얘기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7∼8일 방북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가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사전조율 문제로 방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일에는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났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