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인프라 투자는 ‘2단계’



북한의 개방경제 도입과 남북 경제협력 시대를 맞이해 ‘스텝 바이 스텝’ 방식의 금융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 수혜업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장밋빛 환상을 거두고 단계별로 접근하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1단계 남북 교류 때엔 ‘교통 연결’ 관련 업종, 개성공단 재개에 따른 경공업, 인도적 지원 재개에 따른 비료·제약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후 인프라 투자 단계에선 건설·철강·기계 분야, 북한이 정상국가로 올라선 뒤에는 가전이나 자동차 같은 내수 품목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은 6일 ‘남북 평화의 가치, 경제공동체로 커진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북한의 개방경제는 중국과 베트남을 표방하며 외교적으로 미국과 수교, 경제적으로 정부 통제하의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북·미 수교,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 등이 촉매제가 돼 개방경제 단계별로 수혜업종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가장 첫 단계는 ‘남북 협력사업 및 인도적 지원 재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듯 동해선·경의선 도로와 철도 연결이 시작이다. 도로·철도·전선·기계류 관련 업종이 우선 주목을 받는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의류·가방 등을 생산하는 경공업 분야가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농림어업 비중이 높고 보건의료 환경이 취약한 북한 사정을 살펴볼 때 인도적 지원을 위한 비료·농기계·의약품·바이오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 원산·금강산·백두산·평양·개성·판문점 관광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단계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 이후다. 인프라 투자가 돛을 올리는 시기다. 토목·건설·철강·시멘트·운송·기계·통신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북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험업도 따라간다. 자금 규모가 커지면 재보험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고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이 본격화되면 ‘유라시아 경제권’ 확장으로 나아가게 된다. 북한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미가입국이다. IMF에 가입해야 세계은행 아래에 있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으로부터 차관을 끌어올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 역시 IMF 가입이 첫발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IMF 가입 조건인 거시경제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을 받아야만 국제금융질서에 편입할 수 있다. 그래야만 대규모 차관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들로 북한이 ‘정상국가’ 궤도에 올라서면 북한 내수시장을 공략할 가전·자동차업종 등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대신증권 전략팀은 “독일도 통일 초기 2년과 중기 4년의 시기별로 업종별 투자수익률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초기 2년엔 건설·통신·리테일·운송·음식료가 40% 이상 수익률 보였다. 4년 뒤에는 소프트웨어·제약·화학·자동차·에너지 등의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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