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회사에는 점심시간이 없다. 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책 ‘상상 속의 덴마크’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이유는 일찍 퇴근하기 위해서다. 덴마크 직장인들은 주당 37시간을 근무하니 하루에 약 7시간30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3∼4시쯤까지 일하다가 귀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저자는 “점심시간은 포기하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게 덴마크 직장인들의 생각”이라고 적었다.
언젠가부터 국내 서점가에는 북유럽 국가들의 대단한 복지 제도와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상상 속의 덴마크’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덴마크인이 썼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올해로 14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에밀 라우센을 한국 작가인 이세아가 인터뷰해 글로 옮긴 작품이다.
이혼율이 높다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많다는 식의 내용이 등장하긴 하지만 눈길을 끄는 건 덴마크가 얼마나 근사한 나라인지 소개한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허례허식을 지양하면서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시하는 덴마크 사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인들이 지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건 이제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개념이 된 ‘휘게(hygge)’다. 휘게의 사전적 의미는 “덴마크에서 유래한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나 상태”인데, 이렇게 말하면 그 뜻을 실감하기 힘들다. 라우센은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면 바로 그때가 휘게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 아내를 둔 그는 지금도 아내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우리 지금 휘게할까요?” 휘게라는 건 각박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여유를 찾으려는 삶의 태도인 셈이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덴마크인의 행복 비결이 휘게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휘게는 당신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나는 휘게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