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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저질 체력이었던 그녀, 철녀가 되다

꾸준한 운동으로 저질 체력에서 강철 체력 소유자가 된 이영미씨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저서 ‘마녀체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업무 능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기억력은 점점 감퇴하고 체력은 급강하하고….’

이제 쇠락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이른 당신. 당신의 머리와 가슴을 강하게 때릴 신간이 나왔으니 그 제목 ‘마녀체력’(남해의봄날) 되겠다. 30대에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저질 체력’이었으나 꾸준한 운동으로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는 ‘강철 체력’ 소유자가 된 저자 이영미(51)씨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26년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후배들한테 늘 말했죠.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돈까지 받아 가면서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10년 넘게 그 일을 열심히 하며 살던 어느 날 고혈압 진단을 받았어요. 숨 가쁜 회사 업무에 육아 피로, 며느리와 아내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너무 힘들었던 거죠.”

당시 그는 출판사 편집장이었다. “몸이 힘드니 원고를 읽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원고를 읽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에디터가 이 일에 재미를 못 느끼면 어쩌나? 일을 그만둬야 하나? 아, 그럼 집은 언제 사지?’ 매일 머릿속에서 갈등의 쳇바퀴가 돌았지요.”

그 무렵 가족들과 놀러 갔다가 눈앞에 지리산을 두고도 체력 때문에 산 밑에 주저앉게 된다. “늘 정신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던 제가 처음으로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죠.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던 수영부터….”

키 153㎝에 선천적으로 약골인 그가 운동을 잘했을 리가 없다. 6개월 이상 하자는 결심으로 수영에 도전했지만 도통 늘지 않았다.

“강사를 붙잡고 물어봤어요. 왜 안 되느냐고. 제가 강사들이 가르쳐주는 ‘음파음파’라는 호흡법을 거꾸로 하고 있었더군요. 물속에서 ‘음’하며 길게 내쉬고 물 밖에서 ‘파’하며 내쉬어야 하는데 반대로 하고 있었어요. 그 얘길 듣고 집에서 세숫대야에 물 담아놓고 연습을 했죠. 호흡법을 익히고 나니 신기하게 수영이 정복됐어요.”

이런 호흡의 원리는 다른 운동에도 적용됐다. 마라톤의 경우 ‘후후하하’하며 두 번 내쉬고 두 번 들이마시면 페이스를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 10여년간 철인 3종 경기 종목인 수영 마라톤 사이클을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섭렵했다. 이씨는 철인 3종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를 완주했고 사이클로 백두대간 미시령을 거뜬히 오른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보시다시피 일단 외모가 다르죠(웃음). 예전엔 펑퍼짐한 엉덩이와 볼록한 아랫배의 아줌마 몸매였는데 이젠 온몸이 단단한 철녀(鐵女)가 됐어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삶의 태도라고 했다. “제가 회사를 여섯 번 옮겼는데 운동 시작 전에만 5차례 옮겼어요. 몸이 튼튼해지면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힘이 생긴 거 같아요. 체력이 스트레스를 견디게 하기 때문이죠. 지구력뿐만 아니라 자신감,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요.”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된 것도 운동 덕분이라고 했다. 책에는 운동 마니아였던 위대한 ‘정신노동자’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등도 소개된다. “정신력을 뒷받침하는 건 체력이에요. 날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을 키워야 해요. 강한 체력을 가진 저는 50대인 지금이 절정같이 느껴지고 앞으로 올 60대도 기대가 돼요.”

책 내용은 본인이 체험한 운동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이지만 형식은 좌충우돌 운동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부제는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씨는 “운동을 하면 자기 삶의 절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을린 피부와 단단한 근육이란 것,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운동을 안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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