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제친 EDM, 음악시장 들었다 놨다… ‘전성시대’ 비결은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울트라 코리아’ 현장. 당시 이틀간 열린 페스티벌에는 11만명 넘는 관객이 몰렸다. 울트라 코리아 제공




따뜻한 포크 음악이나 강렬한 록 음악을 좋아한 세대라면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요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가장 ‘핫한’ 장르는 과거엔 ‘클럽 음악’ 정도로 치부되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다. 특히 EDM 페스티벌들은 매년 관객몰이에 큰 성공을 거둘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EDM의 열기를 실감하고 싶다면 8∼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등지에서 열릴 ‘울트라 코리아’를 찾으면 된다. 2012년 시작된 울트라 코리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EDM 페스티벌로 지난해까지 동원한 누적 관객이 63만명에 달한다.

주최 측은 3일간 열릴 올해 페스티벌에 18만명 넘는 시민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울트라 코리아에 출연할 ‘1차 라인업’이 발표된 지난 4월부터 이 행사를 향한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드, 체인스모커스, 데이비드 게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톱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올해 페스티벌에는 스티브 안젤로, 악스웰 인그로소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 100여팀이 출연한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걸그룹 투애니원 출신인 씨엘, 래퍼 도끼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울트라 코리아는 1999년부터 매년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고 있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의 한국 공연이다. UMF는 한국을 포함해 매년 22개 도시에서 잇달아 열린다. 주최 측 관계자는 “EDM은 모르는 음악이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스티벌 현장을 찾는다면 최고의 음향과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울트라 코리아는 아시아 최대 뮤직 페스티벌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EDM 페스티벌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행사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이다. 지난달 26∼27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월디페엔 8만명 넘는 시민이 찾았다. 2007년 시작한 월디페는 매년 5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EDM 페스티벌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데 반해 록 페스티벌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5년 전인 2013년만 하더라도 ‘대형 록 페스티벌’로 꼽을 수 있는 축제가 5개 넘게 열렸지만, 관객이 급감하면서 올해엔 사실상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만 열리게 됐다. 2009년 시작된 대표적인 록 음악 축제인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도 올해에는 열리지 않는다.

EDM의 주가가 치솟고 록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재즈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록도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장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3∼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만 하더라도 헤드라이너(간판급 출연자) 중 록 밴드는 한 팀도 없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한때 페스티벌의 ‘대세’였던 록이 지금 20대에겐 인기가 없다”면서 “이 같은 세계적인 트렌드의 변화가 국내 음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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