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공룡들이 스크린을 집어삼켰다. 25년간 이어져 온 쥬라기 시리즈의 신작이자 2015년 개시된 ‘쥬라기 월드’ 3부작의 두 번째 작품.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하 ‘쥬라기 월드2’)의 기세가 맹렬하기 그지없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된 ‘쥬라기 월드2’는 첫날 관객 118만2650명을 동원하며 사상 처음 오프닝 스코어 100만명을 넘겼다.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종전 기록(98만52명)을 단숨에 갈아치운 것이다.
전작에 이어 3년 만에 공개된 ‘쥬라기 월드2’는 관객이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지점을 충족시킨다. 유전자 기술로 되살아난 거대 공룡들의 장대한 액션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순간순간 간담을 서늘케 하는 스릴이 그것이다. 특히 폐쇄된 공간이 아닌 인간세계 한가운데로 무대를 옮긴 이번 편에선 예측 불가한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극 중 설정도 전작에서 3년이 흐른 뒤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이슬라 누블라 섬에 개장했던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는 포악한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해 난동을 부린 사건 이후 폐쇄됐는데, 섬에 남겨진 공룡들은 화산 폭발로 인해 다시 멸종 위기에 처하고 만다.
사람들은 두 편으로 갈려 논쟁한다. 공룡도 다른 멸종 위기종처럼 보호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가. 쥬라기 월드의 운영 책임자였던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보호연대를 꾸려 공룡들을 구하는 데 앞장서고, 그의 전 연인이자 공룡 조련사인 오웬(크리스 프랫)도 힘을 보탠다.
작품의 스케일은 명불허전이다. 특히 화산 폭발 시퀀스가 압도적이다.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는 용암을 피해 공룡 무리가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광경은 보는 이의 숨통마저 조인다. 이는 서막에 불과하다. 쥬라기 공원을 설립한 존 해먼드의 동업자 벤저민 록우드의 저택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곳엔 공룡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인도미누스 렉스와 지능이 높은 벨로시랩터의 유전자를 조합해 위험천만한 ‘인도미누스 랩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살아있는 전투 병기를 ‘제조’한 것이다. 록우드의 손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
짜릿한 추격전을 이어가던 영화는 시종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인공적으로 탄생한 생명체는 어디까지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는 어떻게 공존해 나가야 하는가. 후반부 메이지의 대사가 주는 울림이 깊다. “(그들도)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 나처럼.”
‘쥬라기 공원’ 3부작 시리즈 팬들에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 박사의 등장이 꽤나 반갑겠다. 탐사팀 멤버였던 그는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 공룡들로 인해 닥쳐 올 위협을 경고한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쥬라기 월드3’(제목 미정)는 2021년 개봉 예정이다. 127분. 12세가.
권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