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구문화 동경…” CIA 분석이 트럼프 움직였다

사진=AP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데니스 로드먼(왼쪽)이 지난해 6월 15일 평양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책 ‘거래의 기술’을 전달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선물이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분석한 보고서라고 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CIA 활동에 정통한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서구문화에 강한 동경과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다. 북한의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협상하기 쉬운 상대다. 미국이 포섭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CIA에서 북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코리아미션센터가 앤드루 김 센터장의 지시로 지난해 가을 완성한 것이다. CIA의 김 위원장 분석 작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부각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과 친한 미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과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동창생들을 인터뷰했고,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아는 후지모토 겐지의 저서도 분석했다.

지난해 가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현 국무장관)이 분석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 위원장과 말폭탄을 주고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이후부터 도발적인 말을 줄여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난 그(김정은)와 친구가 되려고 정말 노력한다.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썼다.

그러나 CIA 출신인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우리의 북한 관련 정보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김 위원장 소년기에 관한 증언에서 그의 정책판단 능력을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며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관한 다른 뒷얘기도 전했다. 지난 3월 8일 방북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의 회담 의사를 전달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수락한 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의 신중론을 일축하며 “역대 대통령은 부하들 의견에 너무 귀를 기울여서 실패했던 거다. 난 내 생각대로 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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