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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벽한 사회 오지 않아도 나아지는 과정 만들어야”

인권변호사 출신인 김갑배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법무법인 동서양재 회의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를 출범시켰다. 검찰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업의 시작이었다. 약 6개월간 위원회는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 17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고(故)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 의혹 등 과거사위가 파헤치겠다고 결정한 사건들에 국민적 관심은 매우 높다. 동시에 정식 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위가 어떤 결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계속돼 왔다.

책임과 어려움이 모두 큰 과거사위를 맡고 있는 이는 인권변호사 출신의 김갑배(66·사법연수원 17기) 위원장이다.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법무법인 동서양재 회의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도 “이 위원회는 검찰권 행사의 부당성이나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중점이 있다”면서 “예전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의 가혹행위 같은 것을 밝히는 것보다 쉽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미 숱한 의혹과 의심의 대상이 된 사안들을 그냥 두면 의혹으로만 쌓여서 국가 기틀 자체를 흔들 수 있다”면서 “규명이 되는 것은 되는 대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대로 왜 그랬는지 설명하는 작업도 그 자체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을 떠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 시점에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과거사 정리가 한 차례 진행됐던 노무현정부 때만 해도 검찰과 정권이 오히려 긴장관계였다. 그때만 해도 정치화된 검찰권이 의혹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PD수첩 사건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권이 활용되는 일들이 발생해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시대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위원회에 발을 담갔다가 2004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본격 활동했다. 이번에는 세 번째로 검찰의 과거사 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내가 ‘시지프 신화’ 속 주인공처럼 형벌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시지프 신화는 그리스 신화 속 신의 노여움을 사 크고 무거운 돌을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의 이야기다. 프랑스 언론인 알베르 카뮈는 이 신화를 통해 삶의 부조리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김 위원장은 “숱한 뇌물 사건을 보면서도 정치인들이 또 다른 뇌물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걸 보면 역사라는 게 한 번 정리했다고 해서 되풀이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완벽한 사회가 오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만들자는 게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하는 의무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사 대상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 등 구체적인 내용에는 극히 말을 아꼈다. 그는 위원장 취임 후 언론사와의 개별 인터뷰는 물론 지난 2월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조사단과의 간담회를 요청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공식석상에도 선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위원회가 아닌) 조사단이 정말 중요하다. 조사단이 철저히 독립적으로 조사하게 해주고 그 결론이 보호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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