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상설화될 것인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회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회담이 잘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가을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2차 회담뿐 아니라 3차, 4차, 5차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협상이 잘되지 않으면 싱가포르 회담은 단 몇 분 만에 끝날 수 있지만 잘되면 13일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N방송도 미국 정부가 싱가포르 회담이 하루 연장될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세워뒀으며, 이에 따라 회담 둘째 날 장소 등을 미리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죽이 맞으면 가을에 자신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차 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북한과의 핵 협상은 5차 회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싱가포르 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과정(process)’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이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뿐 아니라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상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더라도 정치적으로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 시간표를 제시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뿐 아니라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에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동행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을 자극했던 볼턴 보좌관이 싱가포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이 주목된다.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의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7일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갔다. 김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5시간 거리인 베이징을 경유한 이유에 대해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부장이 김 위원장의 중국 경유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또 의전 사항을 보다 안전하게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들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