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관절 부위의 심한 통증으로 진료실을 찾은 한 60대 주부 환자가 기억난다. 이 환자는 5년 전에 동네 병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고 경구제를 처방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왔다. 그러다가 점차 증상이 발전했고 통증이 너무 심해 필자를 찾은 시점에서는 염증이 상당부분 악화돼 손가락 관절의 변형이 이미 진행된 상태였다. 만약 이 환자가 진단을 받은 시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1∼2년 사이에 관절 변형이 진행되는 질환이고, 초기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 5년이 지난 지금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조기 진단과 치료 못지 않게 환자의 치료 의지와 의료진의 질환에 대한 교육 및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 이상으로 인한 만성적인 전신적인 염증성 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아침에 특히 심하게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증상으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까지도 이어진다. 또 관절 마디가 붓고 병변 부위를 누르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악화되고, 무릎이나 어깨처럼 큰 관절보다는 손목과 손가락 등 작은 관절에 많이 발생한다. 이외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전신 쇠약감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고령자에게서 흔한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2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환자의 3분의 2는 여성일 정도로 여성 환자가 많다.
문제는 이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병 후 악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2년 이내에 관절이 변형될 확률이 80%에 달하고, 한번 변형된 관절은 다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관절 부위가 붓고 통증이 느껴지면서 관절 운동에 제한이 있는 정도지만 골파괴가 진행될수록 관절이 구부러지고 굳어서 사용하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손을 뻗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병 뚜껑 돌려서 따기, 젓가락질이나 옷 입기 등 아주 간단한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일어나거나 걸음을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는 데까지 이르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은 암 환자보다도 낮았고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가 어렵지만 관절 손상없이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인 관해 상태로 유지가 가능하다. 다만 만성 염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과 통증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나아가 관절의 구조적 손상을 예방해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제,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 항류마티스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하는데, 특히 생물학적제제 및 표적 합성 치료제는 몸 속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을 지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등의 증상은 물론 관절 손상을 막는데 효과적이어서 요즘 많이 쓰이는 약제다.
다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질환의 특성상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투약 1∼2개월 내에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성혜 순천향대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