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며 차를 몰고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돌진한 여성가족부 서기관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7일 오후 7시22분쯤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정문을 그랜저 승용차로 들이받은 혐의(특수재물손괴)로 여가부 서기관 윤모(47)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음주 측정 결과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등에 따르면 윤씨는 시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차를 몰다 갑자기 대사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추돌 직후 차량을 둘러싼 경찰들은 폭발물 등 위험요소를 살핀 뒤 윤씨와 조수석에 있던 A씨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차에서 내린 윤씨는 대사관 안을 향해 여러 차례 “헬프 미(도와 달라)”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대사관 정문의 철문이 약간 밀려들어갔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이후 차량은 견인됐다.
윤씨는 “북한과 얽힌 사연이 있어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려고 대사관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해 여가부에서 다문화 정책을 담당했고 현재는 가족 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미한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와 윤씨가 사고 전후로 운전석과 조수석의 자리를 바꿨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 여부와 정확한 범행 동기, 실제 북한과 얽힌 사연이 있는지와 망명을 시도한 게 맞는지 등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허경구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