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
배우 김수미, 자신만의 비법으로 유명 셰프들에게 엄마 손맛 전파
식량일기
닭볶음탕에 필요한 식재료들을 직접 키워낸 6개월 시간을 기록
요리를 소재로 한 방송(쿡방)은 이제 나올 만큼 나온 것 같았다. 각양각색의 요리가 예능에서 선보였고 셰프나 요리연구가들이 연예인처럼 인기를 모았다. 이제 한풀 꺾이나 싶었는데도 쿡방은 여전히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음식과 요리는 언제든 풍성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쿡방은 ‘수미네 반찬’과 ‘식량일기-닭볶음탕 편’(이상 tvN)이다. 다양한 상차림을 내 놨던 지금까지의 쿡방과는 또 다른 시도를 보여준다. ‘수미네 반찬’은 요리하는 배우 김수미가 자신만의 반찬 만드는 비법을 유명 셰프들에게 전해주는 ‘엄마 손맛 전파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식량일기’는 닭볶음탕 한 그릇을 만드는데 필요한 식재료들을 전부 직접 키워내는 6개월 동안의 시간을 기록한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리 밥상의 뿌리를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언제나 그리운 엄마 손맛이라는 감정적 근원과 음식을 구성하는 식재료들이라는 실질적 근원을 카메라 앞으로 끌어들였다.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도 있지만 음식과 요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매력도 갖고 있다.
‘수미네 반찬’은 엄마의 레시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시켜준다. 엄마표 반찬을 만들기 위해 엄마에게 상세한 계량을 물어봤다가 핀잔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수미의 요리 지도와 셰프들의 당혹감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쿡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집밥 백선생’이 요리 초보들을 위해 쉽고 상세한 계량을 제시해줬다면 ‘수미네 반찬’은 ‘엄마표 눈대중’을 새삼 경험케 한다. 고사리 보리굴비 조림을 가르쳐주는 과정에 “그냥 이 정도” “요만큼” “적당히 알아서”라는 표현이 난무한다. 눈으로 빠르게 따라가다가 맛을 보고 어림짐작해내는 셰프들의 솜씨와 정확한 레시피 없이 오랫동안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낸 김수미의 손맛의 경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식량일기’는 예능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성격이 가미됐다. 닭볶음탕 한 그릇을 내기까지 모든 식재료를 자급자족한다면 약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달걀을 부화시켜 닭으로 키우고, 당근 감자 마늘 등을 심어 길러내는데 드는 시간이다. 식재료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수고와 기쁨을 펼쳐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논란이 되는 대목도 있다. 직접 키운 닭을 도살해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제기되고 있다. 음식을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예능으로 풀어낸다는 시도가 신선하다.
‘식량’으로서의 닭볶음탕과 ‘식재료’로서의 병아리. 제작진은 논란을 예상하고 ‘동물을 위한 윤리학’의 저자인 최훈 강원대 교수와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의 저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토론을 보여준다. 동물을 사랑하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프로그램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