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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트릭’ 쓰기 전, 베스트 11 호흡부터 맞춰야

 
공격수 쇄도·패스 타이밍 안 맞아… 볼리비아전 골 없이 답답한 경기
정우영·손흥민 설전 불화설도… 결국 약속된 플레이 안 지켜진 탓
‘오프 더 볼’ 움직임 더 늘리고 골 결정력 회복·역습 루트도 절실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본선 첫 경기까지 불과 10일을 남긴 시점이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손발은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 자신의 진영에 잔뜩 웅크린 팀을 상대로도 무득점에 그쳤다. 보안과 ‘트릭’을 내세우기보단 멤버와 전술을 확정, 우리 대표팀의 호흡과 완성도를 높일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뀌는 멤버, 어긋나는 호흡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베스트 일레븐’이 갖춰지고 그들끼리 1분이라도 더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시점인데 그렇지 못하다”며 “이 때문에 모든 내용에서 앞서면서도 결국 골을 넣지 못했다”고 볼리비아전을 총평했다. 한국은 지난 7일(한국시간) 사실상 ‘2군’들로 구성된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비 라인을 내린 볼리비아를 맞아 공세를 펼쳤지만 결정적 한방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황희찬이 측면에서 상대를 무너뜨린 뒤 넘겨준 볼은 골키퍼에게 먼저 안겼다. 이용이 오른쪽에서 올리는 크로스도 번번이 엉뚱한 반대편으로 흘러나갔다. 우리 공격수의 쇄도와 패스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손흥민 대신 선발 투입된 김신욱은 후반전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졌다.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의 기용에 대해 “‘트릭’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지만 “진정 트릭이었다면 공개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미드필더 정우영과 공격수 손흥민이 가벼운 설전을 주고받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돌아 나가면 정우영이 볼을 연결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타이밍이 어긋난 점을 서로 되짚은 것이라 한다. 팬들 틈에 제기된 ‘불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 해도, 적어도 세트피스 때 약속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만큼은 드러난 셈이다.

신태용호의 출범 이후 미드필더, 공격수, 수비진 등 각 진영마다 최적의 조합을 찾는 실험이 줄곧 계속됐다. 경기마다 포메이션도 달랐다. 본선 경기력을 높이려는 부단한 노력이었다. 다만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는 팀의 완성도를 높이고 주전들이 컨디션 조절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 교수는 한국 대표팀이 강조하는 ‘트릭’이나 보안에 대해서도 “상대를 속일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볼 없이도 움직여라

선수 기용과 무관한 고질적인 문제가 재차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너무 저조했다는 것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한 상대를 교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오프 더 볼(off the ball)’ 움직임”이라며 “패스가 좋지 않다고 찌푸릴 게 아니라 그럴 시간에 한 발씩 더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점이다.

한국이 사활을 거는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는 볼리비아전과 비슷한 지공(遲攻)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스웨덴도 종종 라인을 내린 채 수비적으로 임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멕시코를 상대로 속공에 힘써야 한다면 스웨덴을 상대로는 활발한 오프 더 볼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한 해설위원은 “패스를 받을 좋은 위치를 잡지 못하면 좋은 패스를 유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골 결정력 회복도 과제다. 한국이 ‘통쾌한 반란’으로 명명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승점 4점이 필요하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중 적어도 1팀을 이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골을 넣어야 한다. 확실한 역습 루트를 마련하는 일도 수비진의 조직력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 교수는 “11명 전원이 수비를 해야 하듯, 볼을 가진 상황에서는 11명이 모두 공격수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격을 펼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세컨 볼’을 다시 찬스로 만들 수 있는 제2선, 제3선 선수들의 협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전훈련지에서 실시된 고강도 체력 훈련의 여파로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는 분석도 있다. 피로가 회복되면 선수들의 움직임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 교수는 “선수들마다 자신의 컨디션 주기를 알고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피크 포인트’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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