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세기적 이벤트인 회담 개최만으로도 마이스(MICE) 산업을 국가 성장 산업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에는 ‘세기적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국제기관이나 기업 등이 정보 교류와 소통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각종 회의, 전시, 이벤트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마이스산업의 최강자로 꼽힌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0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부담하는 비용이 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61억원)에 달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리 총리가 “우리는 이 비용을 기꺼이 지출하겠다. 이번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싱가포르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 중 하나인 GSS(The Great Singapore Sale·6월 8일∼8월 12일)와 겹치는 바람에 교통과 숙박 문제를 비롯해 현지인과 관광객의 많은 불편이 예상되지만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싱가포르는 북·미 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순간부터 ‘만남의 장소’를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유지 없이 방문이 가능한 점이나 2015년 중국과 대만의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을 개최한 실적 등과 함께 마이스산업 일류 국가다운 시설과 경험 면에서 적합성을 부각시켰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회담 개최와 관련해 모든 측면 지원을 아까지 않겠다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숙박비 문제와 관련해 부담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자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역사적인 만남에서 우리가 작은 역할을 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감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지난 7∼8일 평양으로 날아가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 관련 실무를 조율하고 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9일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번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세계 평화에 대한 공헌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싱가포르가 이번 회담으로 얻게 될 이익은 매우 커 보인다. 당장 취재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3000명 이상의 취재진이 집결한 만큼 홍보 효과가 엄청난 데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호텔업계 등 각종 분야에서 회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이번 회담을 통해 ‘안전한 중립국’ ‘믿음직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구체화된다면 싱가포르는 평화의 상징으로서 추후 대립국의 담판장으로 애용될 가능성이 높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