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12일 세기의 담판에서 내놓을 결과물은 1차적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명문화에 달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CVID를 언급하고 이를 문서화하면 북·미 공동선언문(joint declaration)이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CVID 명문화는 양측 실무선에서 정리되지 않아 정상 간 담판의 영역으로 넘어간 상태다.
양 정상이 CVID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 보장)를 맞바꾸는 빅딜에 성공하면 비핵화 가이드라인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결국 이번 회담의 성패는 북·미가 비핵화의 ‘정의’와 ‘조건’에 합의하고, 그 ‘대상’과 ‘시기’를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10일 “북한은 아직까지 CVID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에서 전격 수용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 합의인 공동선언문 발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정상회담 결과물은 합의 수준에 따라 공동선언문, 공동언론발표문, 각자 입장표명 등으로 나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CVID라는 표현은 합의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되고,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북한 역시 첫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동선언문 채택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CVID는 CVIG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김 위원장이 CVID 수용이라는 결단을 한다면 이는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이 북한의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합의문에 어느 수준으로 체제안전 보장을 적시할지가 정상회담의 관전포인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의 확실한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보장의 핵심을 미 의회 비준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나선 동인은 정상국가로서 인정받는 것과 주민생활 향상 두 가지”라며 “북한은 미국이 CVIG만 확약하면 CVID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첫 만남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매듭짓고 나면 비핵화 로드맵 협의는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실무협상에서 신속하면서도 단계적인 비핵화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을 1차 시한으로 잡아 북·미가 중대한 선제조치를 취하고, 후속회담을 통해 2020년까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마무리짓는 구상이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자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끝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리더십과 성과를 내보여야 하는 시기다.
중대한 선제조치는 북한이 2∼3개월 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국외 반출하거나 자체 폐기하면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해제, 관계 정상화 조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내용이다. 이 문제 역시 정상 간 담판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