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981년 방미 때 대한항공 특별기 활용
2010년부터 B747 장기 임차 대통령 전용기 운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오전 평양에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인사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엔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항공기를 빌려 타고 순방에 나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전용기는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 중 잠시 이용한 군 수송기(C-47 다코타)다. 당시 우리나라엔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은 물론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만까지 운항할 항공기도 없었다. 이 대통령이 1953년 11월 장제스 총통과 회담을 위해 대만을 방문할 때 우리 정부는 존 헐 유엔군사령관 겸 미국 극동군사령관의 전용기를 빌렸다. 이듬해인 54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도 헐 사령관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박 의장은 일본에서 미국 항공사인 노스웨스트 오리엔트 항공기로 갈아탄 뒤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향했다. 여기서 시애틀과 시카고를 거쳐 사흘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64년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 방문 때 서독 민항기인 루프트한자를 탔다. 이 항공기는 도쿄∼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일등석을 비우고 김포공항에 들러 박 대통령 일행을 태우고 갔다.
박 대통령은 65년 방미 당시엔 린든 존슨 대통령이 보내온 전용기를 이용했다. 미국은 당시 우리 정부에 베트남전 파병 등을 요청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 방문인 69년 방미 때는 미국 대형 항공사 팬아메리칸의 전세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후 국내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운행 여건이 마련되면서 80년대엔 국적기를 이용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섰다. 81년 전두환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는 대한항공 특별기편을 활용했다.
정부는 대통령 전용기로 활용하기 위해 85년 40인승 B737 기종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항공기는 운항 거리가 짧아 동남아, 일본 등 가까운 곳에만 이용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전용기를 이용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는 B747 기종을 임차해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활용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엔 국적 항공기를 마련할 여력이 되지 않아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외국 항공사를 활용했다”며 “북한도 핵을 폐기하고 경제 상황이 발전하면 전용기 사정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태규 한국외교협회 회장은 “국내 항공사 사정이 좋지 않았을 때는 외국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이 타는 항공기는 국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