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주최국 정상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회담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 한국 정상을 제외하고 외국 정상을 현지에서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오후 6시35분쯤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 도착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양국 현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측의 회담 준비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리 총리가 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이 주로 오가는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전 세계가 조·미(북·미) 간의 역사적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며 “리 총리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에 우리가 회담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가 집안일처럼 성심성의껏 훌륭한 조건을 제공해주고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편의를 도모해줬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리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자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해줘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또 자신이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 회담이 한반도를 둘러싼 넓은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리 총리에게 배석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싱가포르 측에선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배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날 저녁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 리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들은 해외에서 정상회담이나 중요한 외교 행사가 열리는 경우 하루 전에 도착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이틀 앞두고 일찌감치 도착했다.
리 총리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 등 동북아시아 상황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더 넓게는 전 세계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아주 중요한 회담으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