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 협상 및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회담 이후 로드맵을 논의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간 협상내용을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진행된 북·미 간 실무회담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며 “의견을 듣기보다는 정보 공유를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중심으로 한 판문점 및 싱가포르 현지 협상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의제와 향후 로드맵도 문 대통령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선언 문제 역시 이 과정에서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불발됐지만 향후 2∼3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합류해 남·북·미 3자 정상 간 종전선언을 도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로 공통분모를 찾고 온 세계가 바라는 일을 과감히 풀어가자고 마음을 모은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데에 양 정상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한국으로 보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회담 결과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한·미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14일 서울에서 예정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도 정보를 공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뿌리 깊은 적대 관계와 북핵 문제가 정상 간의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이어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까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버리고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