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없이 호텔 머물던 金, 김여정·이수용 등 측근 대동 싱가포르 명소 ‘미니 투어’
회담 몇 시간 앞두고 여유… 준비 끝냈다는 자신감인듯
지난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식 일정이 없던 11일 주로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머물다가 저녁 늦게 깜짝 외출에 나섰다.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등 측근들을 대동하고 싱가포르 시내 투어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오후 9시4분(한국시간 오후 10시4분)쯤 세인트 리지스 호텔 로비에 등장했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김 제1부부장과 이 부위원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함께 내려왔고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도 로비에서 대기하다 합류했다.
김 위원장은 곧 전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고 나머지 일행도 뒤따랐다. 현지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김 위원장이 ‘미니 시티 투어’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유명 관광지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스카이파크와 싱가포르의 오페라하우스로 불리는 에스플러네이드, 식물원인 가든스바이더베이 플라워돔 등 시내 명소를 둘러봤다. 그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전날 저녁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회담했던 김 위원장은 이날 특별한 공개 일정이 없었지만, 오후쯤 시내 몇 군데 시설을 참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중차대한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김 위원장이 깜짝 시내 투어에 나선 것은 회담 준비를 완벽하게 해놨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제 발전상을 보여주는 화려한 건축물과 도시 야경을 둘러보며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아침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이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여성 대표 단원들이 식사를 하려는 듯 호텔 로비로 내려오기도 했다.
일본 NHK방송은 지난 3월까지 미 국무부에서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이 오전에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에게 “지인과 이야기하러 왔다”고만 답한 윤 전 특별대표는 호텔 식당에서 남성 2명과 만나 20분가량 대화한 뒤 돌아갔다.
앞서 오전 8시45분쯤에는 이 외무상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호텔을 나갔다가 9시40분쯤 돌아왔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을 만나고 온 것으로 보인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부에서 이 외무상을 다시 만나 기쁘다. 그가 평양으로 나를 초대한 지 나흘 만”이라고 밝혔다.
현 단장도 오후 2시23분쯤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비롯한 다른 북측 인사들과 경호원 50여명을 대동하고 호텔을 나섰다. 현 단장은 검은색 긴 바지에 같은 색 반팔 티셔츠 등 간편한 차림이었다. 이 외무상이 로비까지 나와 배웅했다. 현 단장 등은 미니버스와 대형버스에 나눠 타고 떠났다가 오후 5시15분쯤 돌아왔다. 정상회담 장소인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