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협상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기대한 결과가 나올지 여부에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과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걱정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0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덫에 걸렸다는 걸 모른 채 승리했다 여기며 회담장을 나올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밀하지 못한 전략과 북한의 노련한 협상력을 우려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회담을 두고 자신의 ‘감(感)’을 강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7일에는 “너무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회담 결과는) 태도나 일을 끝내려는 의지가 결정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에도 “북한이 협상에 진지한지는 잠깐이면 간파할 수 있다”며 “스침이나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로 일했던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업가들과 닮아서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면서 “이 때문에 마치 거울처럼 김 위원장의 행동을 따라하고 있지만 그건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의 협상력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은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이 은둔국가라는 생각에 속지 말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잘 관리했다. 그는 준비가 돼 있으며 과업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 수석국장은 “북한 협상팀은 모두 정권에 충성을 다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조건을 고수할 테지만, 이를 실제로 이뤄내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껏 미국이 상대한 북한 측 협상 담당자들에게는 중요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었다. 이번엔 실제로 행동을 취할 이들을 상대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