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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딛고 1954년 첫 출전 ‘0대9’ 쓴맛… 韓축구 영욕의 월드컵 도전사

1954 스위스월드컵부터 시작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도전사는 희로애락이 가득 담긴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2002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동점골을 넣은 뒤 반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1954 스위스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는 영욕으로 점철돼 있다.

축구 변방에 있던 한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참가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과 두 차례 맞붙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대표팀의 입국을 불허해 두 차례 경기 모두 일본에서 열렸다. 이유형 감독은 출국에 앞서 이 대통령에게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선수단 모두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국은 일본과의 1차전에서 5대 1로 이겼고, 2차전에서 2대 2로 비겨 첫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수들은 미군 전용기를 타고 48시간을 날아가 1차전 전날 스위스에 도착했다. 헝가리, 터키, 서독과 함께 B조에 편성된 한국의 첫 상대는 당대 최강 헝가리였다. 시차 적응에 실패한 한국은 헝가리에 0대 9로 참패했다. 사흘 뒤 열린 2차전에선 터키에 0대 7로 무릎을 꿇었다. 예선 탈락이 확정된 한국은 서독과의 3차전을 치르지 못했다.

한국이 두 번째 월드컵에 나가기까지는 무려 32년이 걸렸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디펜딩챔피언 이탈리아, 불가리아와 한 조에 편성됐다. 허정무(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수비 도중 ‘태권도 킥’으로 마라도나를 가격한 것이 화제가 됐다. 한국은 1무 2패로 대회를 마쳤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 월드컵 사상 첫 골을 기록했고 이탈리아전에서는 패하긴 했지만 두 골을 넣는 등 투혼을 보여줬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의 경우 한국은 아시아지역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으나 본선에서는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3패에 그쳤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는 디펜딩챔피언 독일, 우승후보 스페인, 남미의 복병 볼리비아와 한 조에 묶였다. 죽음의 조로 불렸으나 강철체력으로 무장한 대표팀은 무더위에 고전한 스페인, 볼리비아를 상대로 각각 2대 2, 0대 0으로 비기며 선전했다. 한국은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아쉽게 2대 3으로 패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망신을 당했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1대 3으로 역전패한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선 0대 5로 참패했다. 이후 차범근 감독은 현장에서 경질됐다.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유상철의 골로 1대 1 무승부를 기록하며 3패는 모면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썼다. 히딩크 감독은 사령탑을 맡은 뒤 한국 축구 체질을 확 바꿔 놓았다. 그는 치밀한 전략 수립과 파격적인 선수 선발, 대표팀 내 소통 문화 확립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국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승 1무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탈리아를 2대 1로 제압했고, 8강전에선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눌렀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0대 1로 패한 한국은 3-4위전에서 터키에 2대 3으로 졌다.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4년 전과 같은 1승 1무 1패를 했음에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2 월드컵 이후 매번 승리를 쌓아가던 대표팀의 이력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끊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개막 전부터 이른바 ‘엔트의리’ 논란을 일으켰다. 홍 감독은 박주영, 윤석영 등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전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선수들을 발탁해 스스로 선발 원칙을 무너뜨렸다. 1무 2패로 2002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안고 귀국한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팬들로부터 ‘엿 세례’를 받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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