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숄 “한국의 베를린장벽도 무너져내렸으면”

세계 3대 카운터테너로 꼽히는 안드레아스숄은 1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인들이 음악가들처럼 반목하지 않고 하모니를 이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클래식 제공


“한국의 ‘베를린 장벽’도 무너져 내리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카운터테너’의 전성기를 연 독일 출신 성악가 안드레아스 숄(51)은 1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음악가들처럼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반목하는지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소감이었다. 자신이 겪은 이산(離散)의 아픔도 소개했다. 통일 전 서독에서 태어난 그는 “숙부가 동독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사촌과 나는 각각 동독과 서독 군대에 입대해 서로 마주 보고 대치해야 했다”며 “1990년 바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TV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걸 보고 그동안의 고통이 떠올라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카운터테너란 여성 음역대인 메조소프라노와 알토 중간 음역을 노래하는 남성 성악가를 말한다. 소년 합창단 출신인 숄은 정상적으로 변성기를 거친 뒤 가성을 이용해 노래하는 카운터테너가 됐다. 카운터테너는 바로크 원전 연주가 활발하게 시작된 7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숄의 유명세는 이런 클래식계의 흐름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3대 카운터테너로 꼽히는 그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숄은 “부모님은 어릴 적에 ‘서두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라’고 말했고 은사 리처드 레빗은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욕심을 부리다 성대를 상하게 하거나 무리한 레퍼토리를 짜지 않도록 항상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제의를 받는 그가 연간 연주 40회를 넘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숄은 “성악가는 단거리 육상 선수가 아니라 마라토너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내 소리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한국 방문인 숄은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등을 다니며 자신이 작곡한 ‘백합처럼 하얀’(White as lilies)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직접 촬영했다. 그는 “서울처럼 크고 현대적인 도시에 전통 한옥마을이 있는 것에 놀랐다”며 “‘한국의 멋’을 느꼈다”고 했다.

숄은 카운터테너를 단순히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남성 성악가로 이해하는 것에 반대했다. 숄은 “카운터테너도 테너,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처럼 하나의 음역대”라며 “남녀 역할의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되고 힘이 세야 하고 여자는 얌전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틀 따위에 갇혀 있다면 세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숄은 14일 충남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시작해 15∼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영국을 대표하는 바로크 전문 앙상블인 잉글리시 콘서트와 함께한다.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와 비발디의 ‘주께서 세우지 아니하시면’ 등 바로크 시대 성악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화그룹 공연 브랜드 ‘한화클래식’ 공연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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