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스트 타보라” 金, 웃으며 사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회담과 오찬을 마치고 단둘이 안뜰을 산책했다. 두 정상의 산책은 앞서 이뤄진 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역시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롄 해변 산책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오후 1시35분쯤(현지시간) 오찬장을 나와 통역 없이 호텔 경내를 함께 걸으며 대화했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고 김 위원장은 밝은 얼굴로 호응이나 간단한 대답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책에 나서면서 만난 기자들에게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만남이 기대 이상이었고 환상적인 회담이었다”며 “많은 진정성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산책을 하러 간다”며 “곧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 앞에 주차된 미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의 뒷문을 열어 김 위원장에게 내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차 안을 둘러본 뒤 환한 얼굴로 “좋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번 타볼 것도 권했지만 김 위원장은 웃으며 사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는 도보다리를 산책했고, 지난달 7∼8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시 주석과 다롄 방추이다오 해변을 함께 걸었다. 수행원을 대동하지 않은 정상 간 산책은 격식을 갖춘 회담장에서의 만남과 달리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해 긴밀하고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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