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대구조림 북·미 버무린 퓨전… 노광철 배석 눈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탁 왼쪽 두 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식탁 오른쪽 세 번째)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레스토랑인 카시아에서 업무오찬을 앞두고 수행원들과 함께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업무오찬은 북한 미국 싱가포르 음식이 어우러진 퓨전 메뉴로 준비됐다.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북·미 간 화해와 교류’라는 정치·외교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핵 협상을 하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두 정상이 처음으로 함께한 이번 오찬 메뉴에 햄버거는 포함되지 않았다.

두 정상은 12일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확대 정상회담까지 오전 중 종료하고 카펠라 호텔 내 중식 레스토랑인 카시아에서 업무오찬을 시작했다. 업무오찬이란 식사를 하면서 회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다.

전채 요리로는 오이에 칼집을 넣고 소고기와 달걀 등을 채운 오이선,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칵테일 요리, 신선한 문어와 라임 드레싱을 뿌린 그린망고 케라부가 준비됐다. 3개나 준비된 전채요리는 정상회담 당사국인 북·미와 개최국인 싱가포르의 음식을 배합한 것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기의 만남’을 상징했다.

전채요리에 이은 주요리의 구성도 비슷했다. 먼저 소갈비조림 요리가 오븐에 구운 감자 도피누아(dauphinois) 및 데친 브로콜리와 함께 나왔다. 또 바삭바삭한 돼지고기를 넣고 홈메이드 해산물 칠리소스를 곁들인 양저우식 볶음밥과 대구조림도 주요리로 나왔다. 서양식 요리에 싱가포르에서 많이 먹는 중국식 요리, 그리고 한식이 조화된 구성이다. 디저트로는 다크 초콜릿 타르트와 체리 맛이 가미된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 파이의 일종인 트로페지엔이 나왔다.

업무오찬에는 확대회담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미국 측에서는 확대회담 배석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외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추가로 참여했다. 북한 측에서는 미국보다 1명 많은 8명이 자리했다. 확대회담에 배석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외에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한광상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그리고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양측을 통틀어 유일하게 군복을 입은 노 인민무력상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이번 회담 수행원에 군 인사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노 인민무력상의 오찬 배석은 대외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북한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대내적으로는 군부가 이번 회담에서 소외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오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기자에게 “멋지고, 잘생기고, 날씬하게 찍어 달라. 모든 사람이 잘 나오게 찍어 달라”고 농담을 했다. 오전 회담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한편 오찬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에 어색하게 미소만 지었다. 북측 수행원들 역시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 있어서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업무오찬에 참여하지 못한 북측 수행원들이 먹을 도시락이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카펠라 호텔로 옮겨지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포착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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