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 차림 金-빨간 넥타이 트럼프, 12초간 첫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야외부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김 위원장의 오른팔을 만지고 있다. 두 사람 뒤로 파랑 빨강 하양 3색을 함께 쓰는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펄럭인다.AP뉴시스


붉은 카펫 위를 마주 걸어 들어온 두 ‘교전국’ 정상은 오른손을 맞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보며 웃음 짓는 뒤편으로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을 공유한 성조기와 인공기 6개씩 모두 12개의 국기가 커튼처럼 드리워졌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장이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회담장 입구에 나란히 섰다. 두 사람 모두 긴장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지만 여느 정상회담처럼 자연스러웠다.

김 위원장이 먼저 오전 8시53분쯤 인공기가 달린 검은색 벤츠 리무진을 타고 회담장 입구에 도착했다. 긴장한 표정의 김 위원장은 오른손에 검정 뿔테 안경을, 왼손에 검은색 서류철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분 후 전용차량 ‘비스트’를 타고 도착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새빨간 넥타이와 헐거운 정장차림이었다.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재킷 앞섶을 여미며 차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단을 한번 쳐다본 뒤 별다른 제스처 없이 곧장 걸어 들어갔다.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이었다.

잠시 후 두 정상은 야외 회랑에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마주 걸어와 12초간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영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Nice to meet you, Mr. President)”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소리가 기자들에게 들렸다. 사진 포즈를 취할 때는 잡았던 손을 놓고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단독회담 장소인 서재로 들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허리에 손을 얹고 길을 안내하는 포즈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걷는 동안 세 번이나 고개를 돌려 경청하면서도 일부러 손을 뻗어 상대의 팔을 쓰다듬는 등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했다.

단독회담장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기분이 좋다”며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누고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한 영광이며 훌륭한 관계를 맺을 걸 의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안경을 쓰고 왼팔을 소파에 기댄 채 통역을 들으면서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입을 뗐다. 그는 “우리한테는 우리를 발목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예정된 45분보다 10분 일찍 단독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복도로 걸어나와 발코니에서 밖을 향해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경과를 묻는 질문에 “매우, 매우 좋았다”면서 “큰 문제, 큰 딜레마를 해결하겠다. 함께 협력해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곧바로 확대회담이 시작됐다. 두 정상의 표정은 첫 만남 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풀 것이라 생각한다”며 “함께 협력하게 돼서 매우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우리의 발목을 지루하게 붙잡던 과거를 과감하게 이겨냈다”며 “대외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앉은 것은 훌륭한 평화의 전주곡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북한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이용호 외무상과 통역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 왼쪽에 통역과 이 부위원장이 앉고 오른쪽으로 김 부위원장과 이 외무상이 앉았다.

미국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과 통역이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으로 통역과 켈리 비서실장이 앉았고, 왼쪽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북한 측 인사를 마주봤다. 확대회담은 1시간40분 정도 이어졌다.

김현길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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