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고 평가하며 대북제재 해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2일 베이징에서 림 족 호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간 대립과 적대 관계가 반세기를 넘었다”며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평등한 대화를 한 것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 위원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전망이다. 북·미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전보장에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의사와 함께 주한미군도 미래에 감축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강조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개발활동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 병행 추진)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한반도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 사고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미 정상이 적대관계 극복과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을 약속한 점은 중국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적국(북한)은 동맹국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미국에 쏠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각종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로 북한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기 위해 벌써부터 애쓰는 분위기다. 겅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할 경우 대북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다롄에서 만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 시 북한에 단계적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지만 북한이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경계한다”며 “중국은 대북 제재 이전에 북한과 추진했던 경제 프로젝트를 조속히 복원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