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정 보장’을 맞교환하는 합의를 했다.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나 시한 등이 포함되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확인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의 구축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1974년부터 끈질기에 요구해 온 평화협정에 대해 “법적 효력과 상관 없이 한국과 중국을 참여시키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도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된 종전선언 추진은 53년 7월 27일 연합군, 북한군, 중공군 사이에 맺은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정전협정은 말 그대로 전쟁이 중지된 상태, 종전선언은 완전히 끝낸 상태다. 종전선언은 서명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지만 한국도 실제 전쟁 당사자였기에 북한, 미국, 중국과 함께 참여해야 한다.
종전선언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체제 보장 프로세스의 첫 단계다. 가장 안전한 체제보장은 국교정상화를 통해 상호 불가침조약을 맺는 것이지만 현재 북·미 관계에서는 평화협정, 수교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두 정상은 일단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후속회담에서 종전선언 방식과 시기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원래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해 남·북·미 3자가 서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이번 회담의 본질인 데다 종전선언까지 가기엔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될 환경은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전협정 65주년인 다음 달 27일이 선언일로 거론된다. 상징적인 날짜라는 의미가 있고 한 달 반 정도의 기간이면 준비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이 종전선언 장소로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종전선언 장소로 판문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면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도 언급된다.
공동성명에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진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는 연락사무소가 아닌 상주대표부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과거 적대국이었던 중국, 베트남과의 수교도 연락사무소를 건너뛰고 상주대표부로 시작했다. 상주대표부는 연락사무소보다 한 단계 발전된 수교 절차다. 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수교를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상주대표부와 무역대표부까지다. 영사급과 대사의 상주는 미국 의회 인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