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16강전에서 독일에 1-2로 끌려가던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파드는 중거리슛을 날린 뒤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빨랫줄처럼 날아간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지만, 심판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전 세계가 TV 화면으로 공이 골라인을 명백히 넘어서는 장면을 봤지만 득점은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14일 시작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오심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사상 처음 이번 월드컵에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나간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다시 확인하는 것은 물론 입체적인 3D로 재구성해볼 수 있다.
심판이 판정 때마다 매번 VAR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득점 여부, 선수의 퇴장 여부 등 중요한 결정 때에만 VAR을 통한 재검토가 가능하다.
그라운드의 심판이 양손으로 네모를 그려 보이면 VAR의 활약이 시작된다. 경기장에 설치된 33대의 방송 카메라가 논란의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되돌린다. 이 가운데 8대는 ‘슈퍼 슬로우 모션’, 4대는 ‘울트라 슬로우 모션’ 카메라다.
램파드의 중거리슛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VAR로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검토할 수 있다.
사실상 1골과 다름이 없는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도 VAR을 활용할 수 있다. 반칙이 발생한 정확한 지점이 페널티 박스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할리우드 액션’은 아닌지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VAR은 축구 경기에서 가장 어려운 판정으로 통하는 오프사이드 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오프사이드 상황을 잡아내는 목적으로만 설치되는 카메라가 경기장마다 2대씩이다.
단 1번의 반칙이 퇴장 명령으로 이어지는 ‘다이렉트 레드카드’ 때에도 VAR을 통한 판독이 가능하다. 옐로카드 2장이 누적돼 벌어지는 퇴장은 판독 대상이 아니다.
VAR이 심판들의 황당한 실수를 바로잡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반칙을 한 선수 대신 엉뚱한 선수가 경고를 받거나 퇴장을 당할 때 VAR로 재검토할 수 있게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