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CVIP 시대’… “흡수통일보다 점진통합이 비용 적다”

사진=AP뉴시스


삼성증권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꾸린 북한 전담 연구팀은 ‘통일 비용’이 아닌 ‘점진적 통합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통일 예상 비용이 흡수 통일을 전제로 산정된 것을 감안하면 남북 경제 통합 비용은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13일 ‘한반도 CVIP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CVIP(Complete, Visible, Irreversible Prosperity·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번영)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CVID’에서 따왔다. 보고서는 즉시 흡수 통일보다 점진적인 경제 통합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임의 기부금, 사회 보장성 등을 위한 지출이 줄어 통일 비용은 감소하는 반면 방위비 감소 등에 따른 통일 편익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유승민 북한투자전략팀장은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 데 소요되는 경제적 투자비용이 통합 비용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일본의 전쟁 배상금은 북한 재건의 종잣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년)은 패전국인 일본이 침략 대상 국가에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삼성증권은 “2002년 북·일 평화선언 당시 합의된 청구권 자금이 100억 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는 200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남북 경제 통합이 3단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초기 ‘경제기반 구축’ 단계에선 건설 건자재 에너지 발전 운송 철강 등 업종이 유망하고, 이후 남북이 함께 자원개발에 나서면서 자원개발 관광 물류산업 등으로 수혜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북한이 과거 동유럽과 같이 수출산업의 생산기지로 변모하는 마지막 단계에선 IT 바이오 등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유 팀장은 “기존 통일 연구는 흡수 통일을 전제로 해 사업 시행 시기를 늦게 책정했지만 북한이 개방되면 외국자본의 조달이 가능하므로 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초기에 일부 특구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인 원산을 주목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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