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스페인이 대회 개막을 불과 하루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해 충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13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훌렌 로페테기(사진) 스페인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한다고 밝혔다.
협회가 월드컵 개막 하루, 그리고 포르투갈과의 B조 첫 경기(16일)를 3일 앞두고 대표팀 감독을 전격 내친 것은 로페테기 감독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 내정 소식 때문이다. 레알은 전날 “로페테기 감독이 월드컵 종료 후 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 계약 기간은 3년”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달 협회와 2020년까지 대표팀 감독 계약을 연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로페테기가 레알 감독직을 수락하자 협회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대표팀에는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레알의 라이벌 팀 선수들도 상당수 몸담고 있다. 로페테기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을 경우 자칫 대표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회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레알 감독직은 지난달 31일 지네딘 지단 전 감독이 사임한 뒤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이날 스페인의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로페테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5분 전 이 같은 사실을 접했다”며 “로페테기 감독은 최고의 감독이지만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협회는 로페테기 감독 후임으로 스페인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 주장을 지냈던 페르난도 이에로(50)를 선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로는 전설적 수비수로 이름을 드높인 레알의 레전드이며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우리나라와 대결을 벌일 때 스페인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감독이 갑자기 교체된 스페인이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도 주목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최상의 전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워낙 기본기가 탄탄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과의 B조 첫 경기가 스페인 대표팀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