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밀한 전술 훈련이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3일 밤(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마련된 2018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에서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신 감독은 이날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무거운 몸으로 치른 볼리비아전(0대 0 무)에서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결과를 염두에 두진 않는다”며 “베이스캠프에서는 조직적인 훈련과 부분적인 전술 훈련 그리고 세트피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이 아직 한국에 대한 맞춤형 전술 준비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지적에 “100%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오면 우리도 ‘스웨덴엔 신경을 안 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며 “우리를 분석하지 않았다면 안 한 대로 경기를 잘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의 전력에 대해 “어느 팀보다 수비라인이 견고하고 피지컬이 워낙 뛰어나다”며 “두 줄 수비를 세우면서 가운데를 지키는데, 그러면 우리가 득점할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걸 깨기 위해 영상도 보고 직접 눈으로도 확인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전날 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뉴페터호프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베이스캠프 첫 훈련을 소화했다. FIFA는 팬들을 위해 모든 팀이 첫 경기 전 1회 공개 훈련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첫날을 택했다. 교민들과 러시아 현지 팬들 250여 명은 태극전사들의 훈련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축구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샤샤(15)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인 손흥민을 보러 왔다”며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스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6도 안팎의 맑은 날씨 속에 훈련이 시작됐다. 지난 11일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0대 2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선수들은 훈련이 시작되자 활기찬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훈련은 컨디션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월드컵 개막이 임박하자 각 팀의 훈련장에선 철저한 보안 검색이 이뤄지는데, 스파르타크 스타디움도 예외가 아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취재진은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 들어갈 때 반드시 미디어 AD(출입카드)를 착용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훈련을 보기 위해선 별도의 티켓을 받아야 했다. 훈련 보안은 훌륭했다. 스타디움 바깥에는 외벽이 설치돼 외부에서 훈련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보안 요원들은 훈련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보다 북쪽에 있지만 해양성 기후를 보여 평균 기온은 오히려 더 높다.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 로스토프나도누, 카잔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안팎이 걸려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단점은 있다. 바로 백야 현상이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후 10시에도 초저녁 같다. 6월 평균 일몰 시각은 오후 10시30분이며 일출 시각은 새벽 3시30분이다.
한편 한국과 같은 F조에 속한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도 모두 러시아에 도착했다. 한국의 1차전 상대인 스웨덴은 흑해연안 겔렌지크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멕시코와 독일도 모스크바 인근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마무리 훈련에 돌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