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난 13일 밤(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곳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0여명의 팬들이 보는 가운데 팬 공개 훈련을 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교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전사들을 향해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했습니다. 태극전사들도 교민들의 뜨거운 응원에 감동한 것 같았습니다. 훈련을 마친 태극전사들은 교민들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한 뒤 사인을 해 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원(54)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한국이 꼭 조 1위에 올라 16강전을 이곳에서 치렀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한국이 F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E조 2위와 16강전을 벌이게 되죠.
이 회장에 따르면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한인회에 할당된 팬 공개 훈련 티켓은 50장입니다. 한인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창을 활용해 선착순으로 티켓을 배부했는데, 불과 3분 만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일부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들은 현대자동차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들을 직접 관람하고 응원도 할 예정입니다.
이번 대표팀은 평가전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3패만 면하면 잘한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이래서는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없습니다. 선수들이 유난히 열성적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들을 대한 것은 응원에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받는 진정한 응원은 때로 기적을 낳습니다. 국민 모두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들처럼 응원을 보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응원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스포츠레저부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