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과 러시아가 한목소리로 대북 제재 해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고 재확인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북 발언권을 확대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13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제재 해제나 완화) 방향의 조치를 생각해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벤자 대사는 “상호적인 트랙에서 진전이 있다. 쌍방향 길이 있어야 한다”며 비핵화의 단계별 보상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비핵화에는 몇 가지 단계마다 상응하는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며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핵 문제 해결은 완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대북 제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당일인 12일에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면 필요에 따라 제재를 조정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제재 중단·해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둘러 대북 제재 해제·완화를 거론한 것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향후 예상되는 북한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전날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될 때까지 유엔 대북 제재 완화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놓고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지원’을 고수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보상 조치를 주장하는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우려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을 방문, 이튿날이 생일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축하하고 대북 정책에 협조를 구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평화가 성사 안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할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을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김 위원장 초대의사를 재확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