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 비투비(BTOB)가 손에 쥐고 시작한 건 많지 않았다. 이름은 기업 간 거래(B2B)를 연상시켜 농담거리가 되기도 했다. 당시 유난히 ‘B’자가 강조된 보이그룹이 많기도 했다. 비스트와 포미닛을 기획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신인이라 기대를 모으기는 했다. 하지만 통칭 ‘대형 기획사’만큼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2012년은 이미 아이돌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불릴 만큼 포화상태였다. 그 영향인지 비투비는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돌이라기보다 ‘좀 괜찮은 그룹’ 정도의 이미지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비투비의 곡은 늘 평균 이상이었다. 그것은 이들이 꾸준히 생존한 이유이기도 했다. 초기 ‘비밀’ ‘그 입술을 뺏었어’는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감상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와우(Wow)’ ‘스릴러’는 보다 활력 있게 몰아치는 곡들이었고, ‘뛰뛰빵빵’ ‘넌 감동이야’는 여기에 쾌활함을 더했다. 비스트와 포미닛이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활약하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도 난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비스트보다 편안한 것’은 ‘비스트보다 무난한 것’으로 여겨지기에 십상이었다. 대중의 눈에도 이들은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그룹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5년 정규앨범 ‘컴플리트(Complete)’였다. 나긋나긋하고 달콤한 수록곡들은 차라리 걸그룹의 앨범 같기도 했다. 포근한 알앤비(R&B) 타이틀곡 ‘괜찮아요’는 보이그룹들이 흔히 그렇듯 뾰족하게 반짝이는 자신을 과시하거나, 일상을 벗어난 환상의 공간을 연출하지 않았다. 곡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응원’을 전하는 노래도 아니었다. “실업자 100만 시대” 같은 가사마저 등장하고,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며 위로하는 곡이었다.
이어진 활동곡 ‘집으로 가는 길’도 정확히 같은 취지를 선보였다. 팀 전반이 보이는 준수한 가창력이 이를 뒷받침했음은 물론이다. 배타적인 팬덤의 지지보다는 폭넓은 계층의 호감을 샀다. 이런 요소들은 아이돌 산업보다는 전통적인 가요의 문법이었다. 데뷔 후 3년, 비투비를 ‘노래 잘하는 그룹’으로 다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능에서 이름을 알려온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예능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아이돌의 기본인 듯 여겨지지만, 최근의 예능에는 아이돌이 활약할 자리가 많지 않다. 비투비 등 2012년 이후 세대에게는 예능이 결정적 무기가 돼본 일이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비투비가 수혜를 입은 것은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경로로 대중과 서서히 친숙해진 덕분이다. 단번의 인기보다는 꾸준한 활동 속에 활달한 모습으로 ‘비글돌’(활동적인 견종인 ‘비글’과 ‘아이돌’의 합성어)이란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것이 이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맞물렸다. 신나는 노래를 부를 땐 그 자체로 잘 어울리고, 다정한 노래를 부를 땐 그 캐릭터 때문에 더욱 진지하게 들렸다.
빠르게 바뀌는 아이돌 시장에서 비투비와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탄탄한 기본기와 꾸준한 호흡으로 시간을 버텨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출발점이었던 아이돌에 머물기보다는 가요에 가까운 입지를 찾아내며 대중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 셈이다. 비투비는 18일 새 미니앨범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로 컴백한다. 2016년부터 멤버들의 작사·작곡 참여도 부쩍 늘어났다. 이들이 들려줄 진솔한 목소리를 기대한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