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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위기’ 총여학생회 … 연세대 “개편” 결정

연세대 학생들이 1988년부터 30년 이상 이어져온 여학생 자치조직 총여학생회(총여)를 개편하기로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과 여권 신장으로 총여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17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여 개편을 놓고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이 82.2%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부터 3일간 재적 학부생 2만5896명 중 1만4285명(55.2%)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반대는 15.0%, 기권은 2.8%였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표심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투표에 참여한 남학생 9264명 중 절대다수(93.2%)인 863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학생은 5021명 중 3115명(62.0%)이 찬성했다. 반대는 남학생 4.9%, 여학생 33.5%였다. 여학생 투표율은 46.8%에 그쳤다.

개편이 결정되면서 총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총여 폐지나 현 지도부 퇴진은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애초 총투표 성사를 위해 학생들의 서명을 받았던 가안은 사실상 총여를 폐지하는 방향이었다. 압도적 찬성률도 총여 반대파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연세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여학생 자치기구인 만큼 개편 주체를 총여와 여학생으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총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페미니스트인 은하선 작가를 총여가 교내 인권축제 강연자로 초청하면서 촉발됐다. 강연에 반대한 학생들은 은씨가 십자가 형상의 자위기구 사진을 SNS에 올린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 이후 총여 폐지 주장이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반발심리)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총여는 80년대 후반 여학생의 권익신장을 위한 자치기구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2010년대 들어 여러 학교에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숭실대는 2016년 후보가 없어 총여를 구성하지 못했다. 강남대에서는 여학생만을 위한 학생복지가 필요하느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난해 12월 총여가 총학생회 내 성평등위원회로 개편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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