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통화’가 북·미 역사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상 북·미 정상 차원의 핫라인을 통해 양자 간 어려운 현안 해결을 풀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고, 나아가선 남·북·미 3자 간 핫라인을 구축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에게 나와 직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각각 회담장으로 잠시 불러 전화번호를 교환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계속된 확대 정상회담에서 “내 책상 위에 있는 핵 단추를 없애버리게 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전 세계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존경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과의 전화 통화를 예고하면서 “어려움이 생기면 그는 나에게 전화할 수 있고,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며 “우리가 소통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앞으로도 전화를 통해 상시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 간 핫라인은 앞으로 남·북·미 3자 정상의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요긴한 논의 채널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이 먼저 만나 6·25전쟁 종전을 선언한 뒤 남·북·미 3자 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지만,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남북과 한·미, 북·미가 각각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기로 한 만큼 3자 공통의 관심사가 논의될 경우 세 정상이 동시에 핫라인으로 통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첫 통화에서 미사일엔진 실험장 폐쇄 여부와 미군 유해송환 작업 등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사안은 두 정상이 회담 도중 즉석에서 주고받은 합의사항이다. 미사일엔진 실험장 폐쇄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요구했으며, 유해송환은 김 위원장이 제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핵전쟁이 일어나면 3000만 명, 4000만 명, 5000만 명이 희생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 공동성명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내가 제안했다”며 “취임 첫날부터 나는 그걸(연합훈련을) 싫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걸 ‘워게임’(전쟁 대비 훈련)이라고 부른다”며 “비용도 많이 들고, 협상에도 방해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