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첫 월드컵은 눈물로 막을 내렸다.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벨기에전에서 0대 1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러시아에선 울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절치부심하며 뜨거운 땀방울을 흘린 지 4년. 마침내 손흥민이 ‘통쾌한 반란’에 시동을 건다.
손흥민은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과의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 출격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은 24위인 스웨덴을 꺾어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러시아월드컵은 다른 월드컵에 비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에 가려진데다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어깨가 무거운 선수는 에이스 손흥민이다.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결전의 땅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입성한 손흥민은 이튿날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소화했다. 한국과 스웨덴 취재진의 관심은 손흥민에게 집중됐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공격수다. 2017-2018 시즌 총 18골을 기록했다. EPL에서 12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4골, FA컵에서 2골을 터뜨렸다. EPL 골에서 첼시의 에당 아자르와 레스터시티의 리야드 마레즈, 브라이튼의 글렌 머레이와 동률을 이룬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득점 톱 10에 들었다. 손흥민은 도움에선 2016-2017 시즌 때의 7개보다 4개가 더 많은 11개를 기록했다.
최근 손흥민은 대표팀에선 소속팀에서 보여 줬던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하지만 A매치 67경기에서 2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상대 팀들엔 부담스러운 존재다. 스웨덴도 손흥민을 경계 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지난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진행된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취재한 스웨덴 방송국 SVT의 마리아 테레세 보스타 기자는 “스웨덴에서도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많이 시청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웨덴 축구 팬들이 손흥민을 잘 알고 있다. 스웨덴 대표팀 역시 손흥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선 각국 대표팀 에이스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강호 스페인에 3대 3 무승부를 기록했다. 또 덴마크는 손흥민의 소속팀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도움 덕분에 페루에 1대 0 신승을 거뒀다. 반면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 이집트는 우루과이에 0대 1로 무너졌고,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킥을 놓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아르헨티나는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1대 1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 여부는 손흥민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 손흥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니즈니노브고로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