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경호원들 무시무시하다 해병대 출신 켈리 비서실장과 맞붙어도…” 농담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10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갑자기 회담을 하루 앞당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준비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11일로 앞당길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회담을 앞두고 지루해하며 안달이 난 상태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여기에 다 있는데 왜 회담을 당장 할 수 없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긴장감 속에 진행되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조급증을 내는 바람에 일부 참모는 “회담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결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설득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돌렸다.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고, 무엇보다 일정을 갑자기 바꾸면 TV 중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주효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의 즉흥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번 회담을 “트럼프식 전개가 가미된 21세기 외교”라고 표현하면서 “냉전시대 스타일의 정상회담보다는 리얼리티 TV쇼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항상 굳은 얼굴로 악수도 거절하는 북한 경호원들의 ‘터프함’에 감탄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들(북한 경호원)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맞붙어도 되겠다”고 농담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대통령이 켈리 실장을 언급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북한 경호원들이 무시무시하다고는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투자에 나설 만한 부동산 개발업자와 금융인 친구들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해줄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회담에서 실제로 이 제안을 김 위원장에게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특유의 세일즈맨 본능을 드러냈다”며 “그는 북한을 현금 유동성 문제를 겪는 자산으로 여기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부동산 외교’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멋진 해변을 갖고 있다. 거기에 세계 최고의 호텔을 지을 수 있다. 부동산 관점에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구인 왕년의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싱가포르에 와서 TV 인터뷰하던 중 자신을 칭찬한 것을 보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로드먼은 “샌더스 대변인이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이 당신을 자랑스러워했고 고마워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일간지 더스트레이츠타임스(ST)도 17일 북·미 회담 뒷얘기를 보도했다. ST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일정은 워낙 기밀이어서 예정된 시각에 임박해서야 싱가포르 당국에 통보됐다. 특히 11일 밤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깜짝 시내 관광은 싱가포르 당국이 전혀 몰랐다가 불과 몇 시간 전에 북한 측으로부터 안내 요청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리셴룽 총리와 만났을 때도 당초 싱가포르 측은 오찬이나 만찬을 계획했는데 북측이 “밥 먹을 시간 없다”고 알려와 회담만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음식재료를 공수해 왔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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