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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러시아] 평창올림픽 때 봉사했던 두 명, 여기서도…

유리(왼쪽)와 마르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자원봉사자 AD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기자는 야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의 출사표를 듣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갔습니다. 입구에서 통역기를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두 명이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하더군요. 유리(22)와 마르타(25)였습니다. 이들은 이날 처음 만났지만 금세 친해졌다고 합니다. 둘 다 한국말에 능통하고, 한국을 사랑하고 지난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다는 공통점 때문입니다.

유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사할린 동포 3세이며, 어머니는 부산 출신입니다. 경상도 억양이 묻어났지만 한국말은 완벽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유리는 모스크바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러시아월드컵 조직위원회를 찾아가 부탁한 끝에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옮겼습니다.

유리는 스마트폰의 뒷면을 보여 주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에 보면 애플에서 디자인 돼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고 써 있죠. 전 한국에서 디자인 돼 러시아에서 길러졌습니다. 러시아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의 뿌리를 잊고 싶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유리는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찾아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이중국적자인 유리는 2년 후 학업을 마치면 한국 해병대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도 사실상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는 러시아에서 군대 생활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군대를 두 번 가다니!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하지만 유리는 씩씩했습니다. “한국 해병대를 나오면 러시아 군대는 식은 죽 먹기겠죠.”

마르타는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최근 석사학위를 땄고, 요즘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르타는 “역동적이고 친절한 한국에 반해 한국어를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선 교통을 통제하는 자원봉사를 했죠. 한국 선수들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신태용 감독님이 제일 좋아요.” TV에서 본 신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반했다나요.

평창올림픽 때처럼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환한 미소와 친절한 도움으로 팬들과 각국 취재진을 대하는 이들은 월드컵의 숨은 주역입니다.

니즈니노브고로드=글·사진 김태현 스포츠레저부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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