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미국에서 높이 평가받지 못하자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분통을 터뜨렸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으로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는데 ‘가짜 뉴스’들은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비판한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도발을 제거하려면 북한에 비무장지대(DMZ) 병력과 서울을 겨냥한 장사정포를 철수하라고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통화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백악관은 자정이 되도록 통화 성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오전 트위터에 “북한 비핵화 협상은 아시아 전역에서 칭찬과 축하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이 나라(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느니 차라리 역사적인 협상이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협상이 잠재적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했는데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어떤 사람들’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 미국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들은 서로 짜고 내가 김정은을 만났다는 이유로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세계 평화를 위해 많은 것을 얻었으며, 결국엔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미국인) 인질과 (미군) 유해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척 슈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말만 많고 행동이 없다’고 비판했는데 틀렸다”며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없고 미사일발사장은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WSJ 사설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돌려보냈고,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했지만 북한의 위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독수리훈련 같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군사적 배임”이라고 썼다.
사설은 “훈련 중단이 정당화되려면 북한도 DMZ 병력과 장사정포를 철수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을 테러지원국의 불법 핵무기 개발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완전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한국에 대한 위협을 중단한다면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을 재고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러기 전까지 김정은과 거래하면서 주한미군을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갈수룩 한국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